▲ 교수 김텃골

나에게 한글이란 곧 내 자존심이자 생활이다.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턴가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한 날로 특별이 기억되거나 기념하는 날이 없으나 예외인 날이 있다. 올해로 568 째 맞는 한글날이다.
1982년 대만대학교 유학시절 한자 이름을 “한국 발음으로 불러 달라”는 본인에게 “한글은 한자 없이는 글의 구실을 못하는 절름발이 글”이라고 중국인 교수님은 무시 하셨다. 그 때 이에 대한 반발과 오기로 한자 이름을 버리고 한글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글의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서울대와 한글이름 보급회, 그리고 한글학회와 함께 한글이름 보급 운동을 하는 한편 5년 간 6번의 재판을 거쳐 법적으로 한글이름을 갖게 됐고 가족 이름 또한 모두 한글이름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한글은 중국 글자 없이는 글로서 구실을 못한다고 무시했던 중국 요녕 대학에서 한글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태국 마하싸라캄 대학에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한글 교육은 곧 내 삶이 되고 있다.

한글의 가치
한국인들에게 과거 유산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것을 꼽으라면 열이면 열 모두 한글을 꼽는다.
어릴 적 한국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 물도 맑고 하늘도 푸르며 석굴암의 불상은 세계 최고라고 배웠기에 외국의 하늘과 강물이 모두 더러운지만 알았다. 그래서 이런 나라에 태어났음을 뿌듯해 했는데 정작 외국에 나가 보니 지구 곳곳에 아름다운 산천과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으며 석굴암 불상을 뛰어넘는 예술품 또한 세계 도처 박물관 에 널렸음을 알고 우리 것의 자랑에 입을 닫게 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한글이 우수하다고 하나 무턱대고 칭송하기엔 조심스러워 한글의 가치를 우물 안 개구리 식 자화자찬에서 벗어나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글이 모국어가 아닌 외국 학자들의 입장을 찾아봤다.
한글이 우수한 이유로 “가장 과학적인 문자”,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 “배우기 가장 쉬운 문자”를 든다. 그러나 한글이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 할 수가 없다. 세계 각기 다른 언어에 따라 우리가 낼 수 없는 발음은 한글로 표기가 안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24개의 문자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즉, 소리 나는 것은 대부분 쓸 수 있다.
일본어는 300개 중국어(한자)는400여개로 세계 어느 나라 문자보다 가장 풍부한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배우기 쉽다는 말은 외국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글 정말 쉽다. 한국어는 어렵지만 대학생들의 경우 몇 시간이면 읽고 쓸 수 있는 글이 한글이다.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한글처럼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글은 아직껏 보지 못했다.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한글은 배우려고 하거나 가르치는 사람 모두 부인할 수 없는 부동의 사실이다.
그 다음으로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한글이라는 부분에서는 세계 저명한 언어학들이 모두 인정하는 바로 '레어드 다이어먼드’씨는 '한국에서 쓰는 한글이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므로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조선일보 94.5.25).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잡지 Discover 에서는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고 말한다.( Discover 1994년 6월호) 또 소설 『대지』를 쓴 미국의 여류작가 ‘펄벅’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며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극찬하였다.(조선일보 96.10.7). 고 하였으며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프랑스 세계 언어학술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 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KBS1, 96.10.9) Jared Diamond는 생리학자로서 진화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글이라는 뛰어난 글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일찍이 한글을 접한 일도 없었다. 그 스스로 학문적으로 알아보고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이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기법 체계”라고 결론짓고 있다.
영국의 리스대학의 음성언어학과 제푸리, 샘슨(Geoffrey Sampson) 교수는 ‘한글이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여 음성학적으로 동일계열의 글자를 파생해내는 방법(‘ㄱ-ㅋ-ㄲ’)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훌륭하다‘고 극찬하면서 한글을 ’표음문자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자질문자(feature system)‘로 분류하였다고 한다. 샘슨 교수의 이러한 분류방법은 세계최초의 일이며 한글이 세계 유일의 자질문자로서 가장 우수한 문자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서울대 이 현복 교수는 말하고 있다.(1986년 5월)
언어 연구로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순위를 매겨(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진열해놓았는데 그 1위는 자랑스럽게도 한글이었다.

한글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왜 기억해야 하는가?
한글은 1443년 12월 (세종25년) 세종대왕이 창제하여 1446년 음력 9월 29일(양력 10월 28일, 세종28년) 반포하였다. 이를 기려 1926년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에「가갸날」제정하였으나 1940년부터 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해 고유한 언어(言語)와 문자(文字)를 통해 민족의 얼과 전통을 계승하여 문화를 꽃피우고, 문화적 주체성을 확립함으로써 일제에 대한 정신적 저항력과 자존심을 표방해 보였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어 1962년 12월 국보 70호로 지정하고 한글의 귀중함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어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되어 보호되고 있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지구상에는 5800-7000개의 언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문자가 있는 언어는 90여개이나 현재 쓰여 지고 있는 문자는 28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중 한사람에 의해 창제 된 경우는 거의 없으며 과학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상 전제주의 사회에서 국왕이 일반백성을 위해 문자를 창안한 예는 한글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 태국 쑤코타이 왕국의 람캄행 왕이 태국 최초의 통일 왕국을 건설하고 국민을 위해 크메르문자를 개량하여 만든 태국 문자가 있기는 하나 완전한 창제는 아니며 쉽고 과학적임 면에선 한글과 비교를 할 수 없다.
이 지구상에는 멸종 위기 동식물을 비롯하여 미풍양속은 물론 소수의 언어나 문화까지 인간들의 탐욕이나 무관심으로 많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한류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열풍 역시 한류와 더불어 본인이 근무하는 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불고 있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을 비록 몇 몇 부족 국가들이 한글을 받아들여 그들의 문자로 쓴다는 것은 그 우수성을 언어학자들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인정받는 다는 증거다. 이처럼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전파한다면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는 그 민족의 언어와 더불어 그들의 문화를 영원히 보존하도록 하여 사라지는 지구상의 귀중한 문화 보존하여 발전시키는 바탕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는 대한민국이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데 가장 필요하고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며 훈민정음 창제 서문에서 밝힌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이민족에 대한 인류애로 승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 있는 램지(Ramsey) 교수는“이렇게 멋진 문자가 나온 날을 축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매해 한글날에는 학생들과 한국의 음식을 먹으며 자축연을 한다(KBS1, 96.10.9)고 한다. 한글의 우수함은 아는 외국인도 한글 창제에 자축연을 열 정도인 한글날 우리가 한글 창제를 기념하여 기리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자 행복이다.

2014. 10. 9
태국 마하싸라캄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김텃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