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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집 인터뷰] 한글지킴이 “김텃골돌샘터” 교수를 찾아서
전희영 기자  |  7sky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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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17: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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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지킴이 “김텃골돌샘터” 교수

지난 9일 572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모임인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이 1999년부터 해마다 뽑은 ‘우리말 지킴이’ 가운데 우리 고장 출신인 태국 마하싸라캄 대학교 김 텃골돌샘터 교수의 한글 사랑에 관한 얘길 들었다.

충남 태안군 태안에 들어서면 상큼한 봄기운이 확 도는 한 약국 이름을 대하게 된다. “뜰에봄 약국”이다.

간판엔 이름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약사 강 뜰에 새봄 결”이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있는 약국임을 짐작케 한다.

“집사람 이름이에요. 이름을 그대로 약국 이름으로 삼으려니 좀 길어지는 듯해서 줄여 쓴 거긴 하지만 이름 뜻은 그대로 살린 거죠. 특이하다구요? 건강을 다루는 약사로서의 싱싱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나요?

‘김 텃골 돌샘터’ 부인은 ‘강 뜰에 새봄결’. 아들은 ‘김 빛솔 여울에든 가오름’이고 딸은 ‘김 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 다

가족 네 명 모두 긴 이름을 가졌는데 “5년간 6번이나 재판을 해서 얻어냈죠.” “요즘은 쉽게 개명할 수 있는데 당시엔 정말 힘들었어요” 식구 네 명의 이름자를 다 합하니 34자나 된다. 족히 한국인 이름으론 제일 긴 가족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여권, 주민증, 그리고 학교의 출석부에도 이 긴 이름들이 등재되어 있었다.

지난 2002년 문화관광부는 ‘한글날’을 즈음해 가장 긴 한글 이름으로 ‘하늘빛실타래수노아’로 선정했다. 하지만 한글학회 등에 따르면 충남 태안에 사는 김 텃골 돌샘 터 씨의 딸 ‘김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의 이름이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님 가족 이름은 1995년 한글학회가 주최한 한글말이름 큰잔치에서 예쁜 한글 이름으로 뽑히기도 했다.

김 텃골 돌샘 터 씨는 교수로서의 학문적 명성보다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신문 방송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괴짜 교수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기에 그 사연을 들어봤다. 그는 대만에서 유학 당시 한문으로 쓴 이름을 한국 발음으로 불러 줄 것을 중국인들에게 요구했더니 “제대로 된 글도 아닌 한글을 고집한다.”는 핀잔을 중국인 교수한테서 듣고 자존심이 상해 오기로 한글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이 한글 사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이름이면 한자라 해도 한글식의 발음으로 불려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외국에 가면 한국 이름을 두고도 편의상 그 나라 말 이름으로 지어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데 발음이 다르다고 이름까지 바꿔버렸다는 김 교수님의 괴팍이 절대로 밉지가 않다.

그는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호주를 자전거로 일주하는 등 배낭여행으로 세계 일주를 했다는 김 교수의 삶은 거침이 없어 보인다. 그의 이런 세상에 대한 자신감은 한글에 대한 철학과 사랑 그리고 긍지에서 형성된 한국인으로서 가치관에서 오는 것인 듯했다.

여행하면서도 호주나 영국 등 교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누어 주고 한글 이름을 지어 주는 등 그때부터 시작된 한글의 생활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 한다. “요즘 점차 우리의 정체성이 둔화하고 사라지는 것 같아 가슴 아프죠. 특히 어린 청소년들 세대가 서구화라는 핑계로 변화하는 덴 할 말이 없습니다.”

태국 대학의 교수님이시니 외국 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해 물어봤다. “요즘 외국에 한류열풍이 뜨거운 거 알고 계시죠?”
“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처음엔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에 관심을 보이다가 점차 한글의 매력에 빠져드는 학생들을 많이 봅니다.”

“한국어는 어렵지만, 한글은 너무 예쁘고 배우기도 쉽다는 거예요.”
“우리 학교에선 영문과에 이어 한국어과가 제일 인기가 있어요, 경쟁률도 일본어나 중국어 불어와 비교하면 훨씬 치열하고요.”

“한국어가 전공이 아닌 학생들도 교양으로 한국어를 많이 듣습니다. 전공 신입생이 130명을 넘고 교양 선택 역시 수강 신청 학생이 많아 몇 개 반으로 나누고도 넘쳐 4 명씩 대형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경우는 우리 학교에선 한국어밖에 없어요. 한글이 배우기 쉬우니 한글 자모를 배워 한글을 암호처럼 쓰며 즐기는 학생들도 많지요.”

역시 한글을 사랑하는 교수님답게 한글 교육에 관한 자부심이 넘쳐났다.

한동안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글 사랑과 애국심이 절로 생기며 힘이 불끈 솟는다.

근흥면 정죽리 바닷가 숲속에 지은 교수의 자택 또한 범상치 않다, 그저 숲속에 지은 전원주택 정도로 여길 집이지만 방에 들어가려면 역시 다르다는 느낌이 확 든다.

바다 위에, 별밭언덕, 솔숲 사이, 꿈그린, 저녁노을. 방마다 다 붙인 한글 이름 가족 이름과 연계해 부르다 보니 왠지 시적이다. 그리고 우리말의 절묘한 리듬감이 내재하여 있어 놀랍다. 그뿐인가? 텃골, 강뜰, 빛솔, 사름, 여울, 봄결 등 이름에 우리 자연의 냄새가 물씬 아침 안개처럼 묻어난다. “시인이신가요?” 기자가 묻는 말에 함박웃음을 가득 머금으며 대답한다. “시인이 따로 있나요. 자연 속에서 한글로 쓰고 말하며 살면 다 시인이지요.”

매년 10월 9일 한글날만 되면 우리말의 우수성이며 정체성을 들먹거리지만, 이 가족만큼 일상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생활화하는 경우도 없다. 요즘 어딜 보나 온갖 상호나 일반적인 용어까지 외국식으로 도배질 당한 요즘 김 텃골 돌샘부터 교수 가족의 싱그러운 우리말의 감성을 보는 것은 기쁨이고 또 하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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