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권정아(재능시낭송 충남지회 교육국장)

유난히 벚꽃이 빨리 피고 지던
사월의 봄이었습니다
푸른 바다만 알던 우리는
잿빛 바다를 알게 되었지요

절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생명이 끌려가는 것을 보며
분노와 슬픔의 파도가 치솟고
온 세상은 그날 그 항구가 되었지요

어여쁜 아이들, 누군가의 가족,
소중한 사람이었을 그대들이
차디찬 몸으로 말없이 돌아올 때
뜨거운 불덩이를 삼켰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구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혼자 돌아와서 미안하고
미안해서 미안하고...

돌아오는 사월

그대들의 못다 핀 삶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어 납니다
그대들의 못다 한 생의 몫이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압니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간절히 바라며
부끄럽지 않게 살리라 기도합니다